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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관계를 잇다

​전시 영상

작가노트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원초적 관계성의 상징이자 세계를 연결하고 있는 복잡한 시간성을 실에 비유하고 이들의 관계를 직조작업을 통해 풀어간다. ‘실’은 동양에서 ‘연(緣)’을 상징하는 매개체이다. 특히 작업의 주재료인 ‘삼실’과 ‘모시실’은 토양을 기반으로 얻어진 보편성과 고유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물질이다. 한국의 전통소재이자 자연의 소재인 ‘안동삼실’과 ‘한산모시’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시간의 관계와 연속성’이라는 비물질적 가치를 직조작업을 통해 담아낸다.

    ‘시간의 관계를 잇다’ 프로젝트는 우연한 기회로 들른 안동시장에서 삼실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삼실은 나이가 지긋하신 여인들이 길쌈마을에서 삼을 키우고 찌고 말리고 둘러앉아 껍질을 벗기고 째고 이어서 실이 된다. 한 해 삼농사로 길러지고 만들어내는 삼실은 현재도 땅을 일구고 사는 사람들의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지만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는 오랜 기억 속 낯선 물질이 되어간다. 길쌈 여인들은 손톱과 치아로 삼실을 쪼개고 무릎을 판삼아 비벼서 실을 잇는다. 실은 신체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 베(천)도 그러하다. 허리와 다리 힘으로 직기와 베를 동시에 지탱하고 팔과 손으로 실을 넣고 다듬어가며 짜나간다. 신체와 실은 온전히 하나가 되고 그 리듬과 운율이 곧 베가 된다. 길쌈 여인들의 손을 거친 삼실은 낯선 물질로 새로운 작업자(나)에게 건네지고 우리는 물질로 이어진 운명공동체가 되었다. 물질은 작업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오랜 시간 공존해 오는 삶의 터전과 내재된 시간을 고스란히 내어 준다.

    토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삼실과 손으로 맺어진 관계와 수직기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해 물질은 기하학적 직조 부조와 추상적 표현성을 지닌 작업으로 표출된다. 형상의 근간은 선들의 중첩으로 만들어내는 빛의 스펙트럼과 그 이면의 절대적이고 순수한 사유의 세계가 동시에 등을 맞대고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질과 시간의 관계를 직조와 페인팅을 통해 다시 잇고 결합함으로써 수직과 수평으로 이어지는 직조와 기하추상 사이의 관계와 균형이 만들어지는 지점들을 찾아 나간다.

Documentary​

시간의 관계를 잇다, 2022, 싱글 채널 비디오, 8분38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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